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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기, 실패를 이기는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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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현서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08-01-08 00:48 조회8,006회 댓글18건

본문

ebs에서 방영했던 프로그램 하나 소개할게요. 아시는 얘기들이겠지만 한번쯤 보시면 좋을 거 같아요. 자료를 어디에 어떻게 올릴지 몰라서 내용만 소개할게요. “동기”라는 프로그램으로 1, 2부로 나뉘어져 있어요. ‘동기, 실패를 이기는 힘’, ‘동기 없는 아이는 없다’로 구성되어 있어요.

전 어렸을 때 동기가 약한 아이였기 때문에 아이를 키우면서 ‘학습’적인 면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동기’와 ‘습관’이예요. 학습에서 지능보다 더 중요한 건 ‘하고자 하는 마음’이라고 생각되거든요. 제 아이는 예민한 편이기도 한지라 혹 어려운 상황이 되면 쉽게 상처받고 좌절하고 포기할까 꽤 신경이 쓰이더라구요. 물론 상처받고 포기할 수도 있겠지만 자기 자신에 대한 긍정적인 마음은 잃어버리지 않았으면 하거든요.  
 
 이건 좀 다른 이야기가 될 수도 있겠지만 아이가 어떤 면에서 빠르다든지 무얼 빨리 배운다든지 무슨 무슨 영재라든지 전 이런 건 사실 큰 의미가 없다고 봐요. 특히 아주 어린 아이들 같은 경우는 발달이 균형적으로 완성이 된 시기가 아니라 느리게 발달하는 아이와 마찬가지로 빠른 아이들도 엄마가 세심하게 관찰하며 어느정도 완급조절을 해 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아이가 돌이 지나서 어느 한쪽으로 빠른 발달을 보이면 엄마들은 마음이 다급해져서 고민도 많아지고 이것저것 학습적으로 자극을 주고 싶어지쟎아요. 하지만 아시다시피 아이의 지적 표현이 어른스럽더라도 아이의 다른 부분의 발달과 경험은 적기 때문에 당연히 어른들이 생각하는 ‘이해’와는 다르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아래 한글떼기 글에 달린 재민마미님 답글처럼 ‘사과’라는 글자를 가르치기 전에 사과에 대한 오감, 이미지, 경험 들을 많이 쌓아주는 방식의 놀이, 체험이 좋은 거 같아요.
 비슷한 얘기일 수도 있겠는데 이 방송을 보면 어렸을 때부터 ‘똑똑하다’, ‘머리좋다’와 같은 ‘능력’을 평가하는 칭찬을 받고 자라는게 꼭 좋지많은 않게 나와요. 이 ‘동기’라는 프로그램을 보면 평소 아이에게 어떻게 칭찬을 해주어야할지 어떻게 놀아야 할지 한번 더 생각하게 만들어요.

 이 프로그램에 자주 나오는 말이 ‘학습목표’와 ‘평가목표’란 말인데요.
 ‘평가목표’는 자신의 능력을 증명해 보이고 얼마나 똑똑한지를 나타내고자 하는 것인데, 평가목표에 가치를 둔 사람은 어려운 목표에서 쉽게 포기하고 실패는 내가 능력이 없음을 증명한다고 생각하기 떄문에 낙관적인 태도와 자신감을 쉽게 상실한다고 합니다.
 ‘학습목표’는 새로운 것을 배우고 싶어하고 도전을 통해 완전히 익히려고 하는 것인데, 학습목표에 가치를 둔 사람은 실패 상황에도 낙관적이고 자신감있는 태도를 유지하고 실패는 자연스러운 배움의 과정으로 생각하며 배우는 것에 초점을 두어 쉬운 문제를 선택하지 않고 실패하더라도 그 속에서 원리 터득, 문제해결방식 등을 배우려고 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아무래도 한국에선 ‘평가목표’에 가치를 둔 환경에서 자랄 가능성이 많겠죠?
‘2부 동기없는 아이는 없다’ 편에서는 동기향상프로그램을 통해 지원한 아이들과 정기적으로 놀이를 진행하는데 그 중에 동기가 약한 아이들 넷을 살펴보며 그 이유를 찾아보는데요.
그 중에 두 번째 아이는 ‘똑똑한 여자 아이’에요. 이 아이는 어려운 과제에서는 짜증을 내거나 거부를 하는 등 실패상황에서는 동기가 급격히 떨어졌어요. 똑똑한 아이들, 특히 ‘스마트 걸’에게서 많이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하더군요. 거기 나온 한국 교수 얘기론 외국 영재학교에서도 볼 수 있는데 이미지를 손상받고 싶지 않기 때문에 어려운 과제를 선택하지 않는 현상이 나타나기 때문에 오히려 학력이 저하되기도 했다더군요.

1, 2부에 이와 관련한 여러 실험들이 많이 나오는데요. 능력을 강조한 그룹보다 과정을 중요시한 그룹이 좀 더 어려운 과제를 많이 선택하거나 수영 기록이 더 좋게 나오더라구요. 그래서 아이들을 칭찬할 때도 쉽게 할 수 있는 ‘머리 좋다’, ‘넌 천재야’ 같은 능력을 평가하는 말을 하는 것보다 과정, 전략, 노력을 칭찬해주는 게 좋답니다. 그리고 2부 말미에 동기는 자신감에서 시작한다는 말이 잠깐 나와요. 베위에서도 본 것 같은데 아이가 놀 때 자율성을 주는 게 좋다고 합니다. 이와 관련된 실험을 하는데 새 장난감을 가지고 놀때 아이가 장난감을 잘 가지고 못놀더라도 간섭안하고 옆에서 지켜본 엄마는 단 한 사람이였어요. 잘 기억은 안나지만 그 아이만 엄마가 없어도 그 장난감에 더 관심을 가졌고 다른 아이는 금방 싫증을 냈던 것 같아요.  
그 밖에 동기가 약한 아이들의 동기저하 원인은 계속된 보상, 형제와의 비교, 부모의 높은 기대로 실패상황을 계속 반복하다 공부에 대한 강박관념으로 무기력이 생긴 경우 등이 있었어요.

1부에서는 또 동기의 원천은 만족지연능력이라고 나오는데요. 이와 관련한 실험이 나와요. 아이들 앞에 그 아이가 좋아하는 사탕이나 과자 같은 걸 놓아두어요. 실험자가 올 때까지 기다린 아이에게는 더 많은 사탕을 주는 실험인데요. 보상물을 쳐다보지 않으며 참는 아이가 있는 반면, 실험자가 사탕을 놓자마자 냉큼 먹어버리는 아이도 있었죠. 또 다른 실험은 6개월 정도되는 아기를 엄마가 갑자기 굳은 표정으로 쳐다 보아요. 대부분 어쩔 줄 모르며 당황하다 울어버리거나 칭얼대며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을 엄마가 해결해주기 바라는데, 싸늘한 분위기를 바꾸려 먼저 웃음을 보이는 아이도 있더군요. 그래도 표정이 안 바뀌면 딴데로 시선을 돌리거나 외면하며 버티면서 불안을 극복하기 위해 스스로 노력하는 아이도 있구요.
만족지연능력이 큰 아이들이 커서도 사회성도 높고 원만하고 친밀한 대인관계를 형성하고 문제에 직면했을 때도 어려움없이 잘 대처 한다고 합니다. 이렇게 만족지연능력, 자기통제능력이 아이들마다 차이가 나는 이유는 선천적 기질, 부모와의 애착, 신뢰 관계라고 하더라구요. 아이와의 애착 관계가 크거나 아이와의 약속을 잘 지켰을 경우 만족지연능력이 커진다고 하네요.

에고 제가 내용 요약 이런 걸 잘 못해서 글이 넘 길었네요. 이 방송을 보면서 놀랬던 건 말 한 마디로 아이들의 선택이 많이 달라진다는 거였어요. 능력을 평가 받으며 자란 아이들은 실패했을 경우 자신이 무능력하다고 생각한답니다. 내 아이 뿐 아니라 다른 아이에게도 ‘똑똑하다’, ‘바보다’ 뭐 이런 말들은 자제하고 이 아이가 지금 무얼 하고 있고, 무엇에 관심 있는지 지켜보며 진심으로 말을 걸었으면 좋겠어요. 아이들은 처음 보는 사람이라도 진심으로 관심을 가져주는 것 자체로 행복해하더라구요. 현서도 자기한테 웃어주고 관심 가져주는 사람을 만나면 행복하게 웃으며 집에 와서는 ‘착한 사람들’을 만났다고 합니다. 착하다는 표현은 어디서 배웠을까... 암튼 우리 사회는 아이들의 동기를 없애는 환경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한번쯤 보시면 좋을 거 같아요.

 

댓글목록

명연맘님의 댓글

명연맘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좋은 프로그램 소개 감사합니다. 요즘은 정말 좋은 다큐멘터리가 많은 것 같아요.
"동기", 정말 중요하죠. 이에 관련해서도 길게 길게 길게 쓰고 싶으나... 요즘 너무 오버하는 것 같아서 자중하려고요. 흑흑.
간만에 현서맘 님 글을 봐서 반가워요. 자주자주 현서네 소식 들려주셨으면 좋겠어요. 아주 예전에 얼굴 한번 뵌 뒤로 온라인에서나마 뵐 수가 없으니 아쉽네요. 그리고 늦었지만 제 전집 문의 대한 성실하고 자세한 답변이 정말로 많이 고마웠답니다. 

juliee님의 댓글

juliee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저도 꼭 보고 싶네요..
블럭이나 퍼즐 같은 걸 핑키가 가지고 놀 때 잘 쌓도록 간섭하지 않기 위해 참을 인자를 몇개씩 그리거든요... 전에 한번은 그걸 화상채팅하면서 아버지를 보여드렸더니, 저보고 안 도와준다고 어찌나 뭐라고 하시는지...
이런 좋은 프로그램 있으면 좀 알려주세요. 저도 꼭 보고 싶거든요~. 

유지선(이서준맘)님의 댓글

유지선(이서준맘)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저 프로그램 전에 tv로 방영할 때 봤었는데요 정말 좋아요. 현서맘님 요약을 보니 다시 생각이 나네요. 요약 정말 잘하시네요. 그때 임신중이었는데, 우리 아이를 낳으면 꼭 저렇게 키워야지 했었지만... 불과 몇 개월 사이에 초심을 잃어버리고 있었어요. 또 봐야지^^ 

솔이맘님의 댓글

솔이맘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저도 임신중에 봤었는데 정말 좋은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했어요.. 나중에 아이 낳으면 꼭 다시 봐야지 했었는데.. 잊고있었네요..^^ 저도 다시 한번 봐야겠어요.. 

현서맘님의 댓글

현서맘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글이 난삽하고 길어서 읽지 않고 창 닫으실 분이 많으리라 생각했는데 좋아들 하시니까 저도 기분 좋네요. 임신하셨을 때 많이 보셨군요. 두돌쟁이들은 그 당시(2006년) 잠재우기로 힘들 때라 못보신들이 많을 거 같아요. 저도 작년에 남편 추천으로 봤거든요.
실제로는 오현아빠님이 수고해주시고.. 감사해요. 모두 잼있게 보세요~~

명연맘님 의견 길게 길게 듣고 싶네요. 어떤 생각을 가지고 계신지 궁금해요. 그리고 오버라니요. 가끔 속삭임 들어와서 명연맘님 답글 보면 정말 후배맘님 위해 열심히 하신다는 생각이 들고 저도 그러고 싶지만 경험과 아는게 얕아서 답글 쓰기 힘들더라구요. 전집 답글도 나중에 다시 읽어보니 부족한 것도 많고 생각이 바뀐 것들도 있어서 죄송한 마음이 들었어요.

줄리님 여기엔 어린 아이들과 어떻게 놀아야 하는지는 거의 안 나와요. 역시 제가 글을 잘 못쓴 것 같은 기분이 드네요.
저희집 예를 들면, 현서는 블록으로 만들기 하는 걸 굉장히 좋아해요. 아침에 일어나서 자기 전까지 세 종류 블록으로 계속 만들기를 하고 싶어해요. 좀 심하다고 생각할만큼 좋아하죠. 아빠의 놀이방법으로 블록을 그렇게 좋아하게 되었어요. 아마 아빠들은 이런 식으로 놀아주실 분들이 많을 거 같은데요. 아이와 놀아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몰입하고 즐기면서 그냥 아이 옆에서 혼자 놀아요. 아빠가 이거 만들어줄게도 아니고 그냥 동글 아이마냥 옆에 앉아서 혼자 놀아요. 옆에서 보면 너무 이기적으로 노는 거 아닌가 할 정도로요.
현서가 그냥 블록 쌓기로 즐거움을 못느껴서 돌까지는 블록 놀이를 정말 안 좋아했어요. 그러다 18개월 정도 되니까 아이가 어떤 구체물을 형상화하는 걸 좋아하더라구요. 그때 롤링볼뮤지엄을 놀러갔다 와서는 아빠가 영감이 생겼다고 건축물을 만들게 피스 수가 많은 블록을 사달라고 하더라구요. 정말 그때부터 아빠가 블록에 몰입해서 혼자 잼있게 놀았는데, 아이는 처음에는 옆에서 호기심을 가지고 바라보기만 하다고, 점점 참견을 하다가 나중엔 아빠랑 상관없이 자기 작품을 만들기 시작하더라구요. 그러다 아빠가 만든 게 더 괜찮은 거 같으면 껴들어서 같이 만들기도 하구요. 만들고 나서는 이야기를 만들어서 혼자 놀기도 하더군요.
애 아빠는 자기가 재미 있어야 아이랑 놀 수 있다고 하거든요. 어떤 놀이가 재미가 없으면 정말 시무룩하고 멍하게 놀면서 아이와의 놀이에 몰입을 못해요. 장난감도 아이를 위한 것보다 자기를 위해 사는 것 같다는 기분이 들 정도예요. 세 달동안 한 가지 블록을 가지고 놀다가 더 이상 활용할 게 없다고 새로운 블록을 사달라고 할 정도로 자기가 재미를 느끼느냐 아니냐를 중요시해요. 제가 블록으로 만드는 걸 보고 영감이 생겼다면서 다시 기운을 차렸지만요.
물론 다른 분들도 아이에게 무언가를 만들어주면서 노는 경우가 많쟎아요. 그런데 그거랑 약간 뉘앙스가 다르더라구요. 저도 처음엔 블록을 그렇게 놀아주었는데 제가 무얼 만들어주면 자존심(?) 때문인지 처음에는 부담감을 느끼는 것 같더라구요. 엄마가 한 건 블록을 능숙하게 다루는 사람이 좀 가르칠려는 분위기가 났던 거 같고, 아빠는 아이보다 잘만들더라도 즐기면서 아이처럼 놀았기 때문에 아이도 정말 좋아했던 거 같아요. 지금은 저도 아빠처럼 블록 놀이를 하기 때문에 아빠, 엄마 상관없이 함께 블록 놀이 하는 걸 좋아해요. 아이들마다 달라서 이렇게 놀아주면 다른 반응이 나올 수도 있겠지만 그냥 부모가 아이가 아니라 자기에게 집중하며 혼자 노는 것도 좋은 것 같아요. 아이에게 참견을 덜 할 수도 있고 아이에게 부담도 덜 주고 나도 즐기구요. 물론 그렇게 놀다보면 또 서로 상호작용하기도 해요. 자기 꺼 만들다가 도와달라고 하기도 하고, 어떤 걸 만들어 달라고 처음부터 요구하기도 하고, 결국엔 아빠, 엄마 만드는 거에 달라붙어서 같이 완성하기도 하구요. 이게 좋은 방법인 지는 모르겠지만 현서는 재미있게 놀길래 길게 이야기 해보았습니다. 줄리님은 이미 더 좋은 방법으로 놀 것 같은데 괜히 길게 썼나..
 

윤서맘님의 댓글

윤서맘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윤서파도 블록을 자기 작품으로 만들려고 해서,
(윤서야! 기다려봐!! 아빠가 아직 안 끝냈잖아!!! ㅠㅜ)
투덜거렸었는데, 현서맘님 말씀 보니까 그럴 일도 아니네요. ^^ 

주영맘님의 댓글

주영맘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ㅋㅋ 명연맘님 아네요. 저도 명연맘님 글에 도움 만이 받고 산는걸요
그나저나 현서맘님 정말 반짝반짝.. 대단하셔요..
바빠서 못읽다가 지금 정독을 햇는데 오... 감탄.하고 갑니다..
 

루나맘님의 댓글

루나맘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뒤늦게 봤어요..
정말 너무너무 좋은 글, 특히 제 남동생과 골머리를 앓고 있는 부모님께 해답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너무 감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