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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나 침팬지!

단이 구스르기 몇 가지 방법

페이지 정보

작성자 단이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07-11-28 22:06 조회4,674회 댓글21건

본문

블로그에 올린 글, 여기서 나누려고 옮겨요.^^
참,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침팬치 책에서 도움 많이 받은 흔적이 있지요.
그리고 글로 적으니 모든 것이 매우 평화로와 보입니다.

구스르기

"단이, 집에 가자."

"아니야."

"집에 가야지."

"아니야."

"집에 가서 기차랑 놀까?"

"......"

"기차랑 놀면서 꼭꼭 숨어라, 할까?"

"어!"



"약 먹자."

"아니야."

"약 먹으면 뿡뿡이 줄께."

"어!"



사전에 막기

짝.

"옴마, 왕할머니를 때리는 놈이 어디 있어."

단이에게 또 따귀를 맞으신 왕할머니.

상황을 가만히 지켜보니, 할머니가 집중해 노는 아이의 앞을 막고 즐거워 하시니  아이는 약이 오르는 거다.

"아가, 여그 봐라."

할머니가 또 단이에게 다가가시자, 나는 재빨리 단이에게 몸을 밀착한다.

단이, 팔을 들려고 움찔한다.

나, 빛의 속도로 단이 팔을 잡는다.

"때리면 안 돼. 때리면 안 돼. 때리면 안 돼."

그러나 때리고 싶은 충동은 매우 강하다.

절대 말로 설득되지 않는다.



선택권 주기

"코트 입고 나가자."

"아니야."

"코트 싫어?"

"어!"

옷에 관한 주관이 뚜렷한 단이, 또 실랑이를 벌인다.

"단이, 그럼 이 코트랑 빨간 잠바 중에 어떤 걸 입을래?"

"이 거."

두 개를 놓고 택하라고 하면 그래도 그 중 하나는 입어주어 다행이다.



"단이, 어떤 신발을 신을까?"

"이 거."

두 켤레를 놓고 택하라고 하면 그래도 그 중 한 켤레는 신어주어 다행이다.



포기

한동안 단이는 물이나 우유를 바닥에 쏟기에 심취했다. 하루에도 몇 차례씩, 젖은 바닥과 장난감을 닦느라 진땀을 뺐다.

"단이, 쏟고 싶어, 쏟고 싶어, 쏟고 싶어."

유아어로 단이의 관심을 집중시킨다음,

"안 돼. 안 돼. 안 돼."

단호한 어조와 표정으로 금지를 했건만, 단이는 놀리듯이 우유며 물을 또 바닥에 들이 붓는다.

"휴."

생각해보니, 한동안 입 속에 있는 액체를 뱉어내던 단이가 어느 순간 얌전히 마시기 시작했고, 물체를 바닥에 내리 꽂던 것도 어느 순간 멈추었다. 마음을 비우기로 결심한다.

"단이, 바닥에 쏟는 실험을 하고 싶구나."

바닥 청소를 업으로 알고 조용히 걸레질에 임한다.

마음이 평화롭다.



아이 마음을 대신 말해주고 관심 돌리기

"으허어엉, 이엉, 으으으응애!"

"나가, 나가, 나가, 나가!"

"......"

"단이, 나가고 싶어, 나가고 싶어, 나가고 싶어!"

"어!"

"근데 비가 온다. 비가 오면 물이 많지. 물이 찰랑찰랑."

"어?"

"찰랑찰랑찰랑찰랑, 우리 물에서 헤엄칠까?"

"어?"

"단이 놀이집을 타고 물에 떠다닐까?"

"어!"

"이리 오세요. 단이 집이 물 위에 출렁, 출렁."

"히히히."



상상하기

"문!"

장난감 자동차의 문이 안 열린다고 화를 내는 단이.

"문이 안 열려?"

"어!"

"문, 열고 싶어?"

"어!"

"문 열고 단이가 타고 싶어?"

"어!"

"이건 안 열려. 근데 열린다고 상상하자."

"......"

"문이 끼이익. 야, 열렸다. 누가 먼저 탈까요?"

"단이, 단이!"


리허설

9개월 이후로 단이는, 병원에 들어서면 아니라고 도리질하고, 빨리 나가자고 종용했으며, 의사 선생님 앞에서 울어댔다.

지난 주 토요일부터 단이가 울지 않는다.

"단이, 있다가 병원에 갈 거지."

"응."

"병원 가서 임김단하, 하면 단이가 네하고 들어가는 거지."

"응."

"들어가서 안녕하세요하고 인사하는 거지."

"응."

"의자에 앉아서 의사선생님이 청진기로 단이 심장 소리를 들어보는 거지."

"응."

"쿵당쿵당쿵당쿵당..."

"히히히."

"그 다음에 귀를 보는 거지."

"응. 입, 입, 입!"

"그래. 그 다음에 입도 보는 거지."

"응. 코!"

"그래. 코도 보는 거지."

"응!"

"다 끝나면 안녕히 계세요,하고 나오는 거지."

"응!"

이런 식으로 리허설을 몇 번 하고 진료실에 들어서면, 긴장은 하되 울진 않는다. 얌전히 인사도 잘 한다. 코 뺄 때 좀 운 걸 제외하곤 참 얌전히 진찰을 받는다. 안녕히 계시라고 90도 인사까지 하고 단이는,

"안아주세요!"

엄마에게 요구한다.



칭찬하기

"여보세요, 단이 아빠. 단이가 오늘 약을 참 잘 먹었어요."

단이는 자기 이름에 눈이 번쩍, 하더니 안 듣는 척 하면서 귀를 기울인다.

"울지도 않고, 뱉지도 않고 참 잘 먹었어요."

열심히 듣는 뒤통수가 보인다.



"아인아, 글쎄 아까 엄마가, 단이, 잠깐 기다려요. 엄마 설거지 다 하고 줄께, 했더니, 단이가 얌전히 앉아서 기다렸단다."

다른 놀이를 하는 척 하면서 단이, 열심히 엿듣는다.

"단이가 떼쓰지 않고 기다려줘서 엄마는 참 고마워, 자랑스러워. 아인이도 단이가 자랑스럽지."

"응!"

아인이 대신 단이가 답한다.



물론 아무 것도 통하지 않을 때도 종종 있다. 단이가 피곤하다거나, 배가 고프다거나, 아플 때. 그럴 땐 무조건 안아주고, 먹여주고, 재울 일이다.

아직까진 두뇌 싸움할 일 없이, 이 정도에서 해결되고 있지만, 두 돌이 지나 똑똑해진 단이와 내게 어떤 난관이 있을지 약간은 설레는 마음이다.

댓글목록

윤서맘님의 댓글

윤서맘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
사랑스럽네요. 단이도, 단이랑님도.
근데 단이는 결국 할머니를 때렸나요?
그리고 놀이집 타고 물위를 떠다니는 건 뭐예요? ^^ 

하윤맘님의 댓글

하윤맘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ㅋㅋ 물쏟는거!! 단이는 정말 하윤이랑 비슷하게 크네요~
하윤이도 물뱉고 쏟고 아주 장난이 아니었는데
어느날 생각해보니 안하더라고요..정말 시간이 해결해주나?^^;
단이 리허설 넘 멋지네요! 

재민마미님의 댓글

재민마미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저도 요즘 바닥청소, 장난감청소를 업으로 삼고 있던 차여요^^ 근데 제 맘은 그렇게 해도 안 평화스러워요..ㅠ.ㅠ 에구..힘들어...이러고 있죠...
단이랑님은 참으로 단이에게 좋은 엄마신거 같아요!! 

재홍맘님의 댓글

재홍맘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뿡뿡이..(약국에 파는 천오백원짜리인가요? 재홍이 포도맛을 무지 좋아하는데..아주 가끔씩 유용하게 써요..)
선택은 재홍파한테는 통해요..(여보 청소기 밀래? 설거지 할래? ...재홍군은 첨엔 통하더니 둘다 아니~~ 할 때도 많아요. ㅠㅠ)
아우....
단이랑님 정말 단이에게 좋은 엄마로 보이시는거 저도 공감해요..*^^* 

단이랑님의 댓글

단이랑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윤서맘/할머니를 때리지 않도록 제가 몸으로 막다가, 그래도 할머니가 들이대시면 자리를 피하죠. 놀이집은 명연네 본받아 상자로 만든 것인데, 가벼워서 손으로 들고 움직일 수 있거든요. 그걸 들고 출렁출렁, 물에 흔들리는 연기를 하는 거지요.
디노맘/ㅎㅎ
하윤맘/그렇군요. 그러고 보니 돌 들고 오던 것까지!
재민마미/저, 정말 안 좋아요. 워낙 청소랑 거리도 멀고요. 뭐, 체념, 자포자기라고 할까요.
재홍맘/뿡뿡이는 약국 아저씨가 주는 빨아먹는 영양제에요. 제가 통으로 샀을 때 3000원이었으니 재홍네랑 다른 건가봐요. 단이는 그것 때문에 텔레비전 뿡뿡이와 캐릭터 뿡뿡이 물건에 폭 빠져버렸어요.ㅜ.ㅜ 

진혁이맘님의 댓글

진혁이맘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으흥~ 단이 넘 귀어워요~~ 단이랑님은 힘드실것 같지만...
걸레질을 업으로..ㅡ.ㅡ+ 정말 이런날이 오겠죠?
그땐 저렇게 구슬리기 할수 있을려는지....ㅠㅠ 

하늘맘님의 댓글

하늘맘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아~ 단이랑님, 대단하세요. 저는 저 대목 <포기> 대목에서 탄성이 나왔어요.
저는 저게 잘 안 되어서... 제가 <포기>를 <리허설>해야 할까 봐요. 

노을맘님의 댓글

노을맘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바닥 청소를 업으로 알고 조용히 걸레질에 임한다."
->이 부분에서 소리내서 막 웃었어요.ㅎㅎ
저도 이 부분에 있어선 그냥 포기하며 살고 있어서.. 공감이 팍팍..ㅎㅎ

지금부터 저도 유아어와 패스트룰의 법칙을 제 몸속에 체화시켜놔야 할텐데..
단이랑님의 이 글을 포함한 선배맘님들의 생생한 체험글..
너무너무 감사하고 사랑해요!^^
 

단이랑님의 댓글

단이랑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노을맘/ 닥치면 엄청 잘 해내실 겁니다!!
하늘맘/ 좀 대충 살아도 괜찮더라구요. 근데 왜 남편한텐 그게 안 되지? ㅠ.ㅠ
(권)서진맘/ 뽑아도 머리는 또 나더이다.^^
명연맘/ 아시죠?!!
진혁이맘/ 옵니다. 도둑처럼 깜짝 놀라게 옵니다.

 

예리맘님의 댓글

예리맘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와~~요즘 예리가 바닥에 물쏟기에 심취해있어서 왜그러나..하고(사실 이것땜에 엄청 윽박지르고 혼냈지요) 애만 잡았네요
단이랑님 글보니..다른아가들도 다 그러는구나..싶어 다시한번 반성하게됩니다
유아어..상상의 나래펴기는 가끔 잘 먹히는편이에요
마트가서 자동차카트에서 안내린다고 울어도 언넝 안아들고 다른 자동차(실제)들 보여주며 색깔놀이하면서 엄마차에 타볼까? 하면 순순히 타준답니다~ 

유지선(이서준맘)님의 댓글

유지선(이서준맘)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병원 이야기 부분에서는 감동의 물결이~~단이 너무 기특해서 꼭 안아주고 싶어지네요.
속삭임에는 정말 현명한 엄마들이 너무 많으신것 같아요~~ 멋져요 

은찬맘님의 댓글

은찬맘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아휴 너무 기특하고 ..  단이랑님의 여유(?)에 괜히 눈물나네요
에고,..시간은 가고 아이들은 자란다는데..은찬이가 다 자라기전에 은찬이동생이
태어나게 생겨서 은찬이를 힘들게 하지는 않을지 ...벌써 걱정이 ^^
감동의 물결이 오네요 

쭈니마미님의 댓글

쭈니마미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위의 명연님 맘 말씀에 절대 동감..
"크크크, 저거 해본 사람만이 알죠.
겉으로는 평화로워 보여도, 엄마의 머릿속은 전쟁이라는 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