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2개월 | 9.75개월 진경이의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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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진경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07-02-13 17:41 조회3,070회 댓글5건본문
* 제 블로그에 올렸던 내용을 그대로 옮깁니다.
아침 5시40분. 세식구가 자던 마루에서 아기가 가장 먼저 깨어나 바스락댄다. 옆에서 칼잠을 자던 아빠가 얼른 일어나 아기를 얼른다. "아가, 뽀글뽀글 바다생물 보자!"(요즘 아빠의 단골메뉴다.) 밤새 축축해진 기저귀도 갈아준다.
6시20분. 아빠와 놀던 아기는 배가 너무 고파서 엄마에게 돌진한다. 세상모르고 자던 엄마는 아기가 땡땡 불은 젖을 누르는 바람에 아파서 잠이 깬다. 아빠는 엄마와 교대후 비틀비틀 방으로 자러 들어간다.
엄마는 아기에게 젖을 먹이고, 분유를 먹인다.
다 먹인 후 아기를 마루에 내려놓고 부엌으로 간다. 밥이 없다. 쌀을 푸려는데 그새 쫓아온 아기가 다리에 매달린다. 한손으로 아기를 안고 다른 손으로 쌀을 푸다 쌀알들이 부엌 바닥에 어지러진다. 나중에 시간나면 치우기로 한다. 부엌일 하는 동안 아기를 다시 바닥에 내려놓고 부엌 살림중 하나를 장난감으로 쥐어준다. 빵 한쪽을 구워 간단히 요기를 한다.
7시. 아기가 오늘의 첫 응가를 한다.(응가를 한 뒤에도 아기는 별다른 변화가 없기 때문에 엄마가 냄새로 알아맞춰야 한다.) 화장실로 데려가 물로 씻기는데 조그만 세면대보다 아기 키가 더 크다. 버둥대는 아기에게 장난감으로 아빠 칫솔을 쥐어주고 뒤처리를 한다. 다시 기저귀를 채우려는데 아기는 가만있지 않고 앞으로 돌진한다.
아기를 쫓아다니며 겨우 기저귀를 채운 후 아기와 놀아준다. 장난감 상자를 뒤져보지만 아기는 대부분의 장난감에 흥미를 잃었다. 대신 신나라 마우스를 빤다. 마우스에 싫증을 내고 칭얼대기 시작할때 엄마가 블록을 꺼내준다. 아기는 요즘 블록에 열중하고 있기 때문에 블록통을 이리 굴리고 저리 굴리며 한참을 논다.
8시15분. 아기가 졸린 기색이다. 엄마는 아기를 업고 재우기 시작한다.
8시30분. 아기가 잠이 든다. 엄마는 컴퓨터를 켜고 간밤에 올라온 글들을 읽는다.
9시15분. 아기가 꿈틀댄다. 엄마는 재빨리 아기 옆에 눕는다... 그러나 실패! 아기가 완전히 잠이 깨버렸다. 하는수없다. 오후 낮잠을 길게 재워야 한다. 기저귀를 간다.
아빠가 일어났다. 아기는 아빠에게 열심히 달려(기어)간다. 낑낑대며 침대를 올라가 아빠 옆에 드러 눕는다. 30초쯤 뒤 다시 침대에서 내려 온다. 요즘 침대 오르내리기에 맛을 들였다. 내려와선 엄마 화장대의 물건을 하나씩 꺼내며 논다.
그동안 엄마는 아기 이유식을 준비한다. 요즘엔 죽보다 손이 덜가는 무른밥을 먹이고 있다. 한번 만들때 사나흘 분을 만들고, 그렇게 준비된 세가지 메뉴를 번갈아 먹인다. 한가지 정도 싱싱한 야채를 익힌 야채 육수에, 예전에 다듬어 냉동시켜 두었던 다른 재료들을 조금더 섞은 후 밥을 넣고 5분 정도 더 끓인다. 오늘은 싱싱한 시금치를 사용했고, 쓰고 남은 시금치는 냉동시켜 다음 번에 대비한다.(음... 질산염 때문에 시금치 국물을 안쓰는 사람도 있겠다. 나는 그냥 쓴다.)
9시35분. 아기가 이유식을 먹는다(쇠고기청경채무른밥). 요즘엔 이유식을 먼저 먹이고 나중에 수유한다.
아빠가 씻는 동안 아기는 화장실 앞에 주저앉아 구경한다.(평소엔 아빠가 이시간에 아기 목욕도 시킨다.)
엄마는 엄마아빠의 아침식사를 준비한다. 초간단 식사가 된지 오래다. 밥에다가 밑반찬 몇개와 부침 혹은 햄, 국이나 찌개가 없을 경우도 있다.
10시. 아기가 두번째 응가를 한다. 아빠가 치운다.
아기에게 젖과 분유를 먹인 후
엄마아빠는 식사를 한다. 그동안 아기를 보행기에 태워놓고 사과 한쪽을 쥐어준다. 사과를 너무 좋아하는 아기는 엄마아빠 식사가 끝날때까지 사과를 갉작대고 있다.
아빠가 설겆이를 하는 동안 엄마가 아기와 놀아준다. 기저귀를 간다.
설겆이를 끝낸 아빠가 사무실로 출근하려는데 아기가 따라가겠다고 조른다. 엄마는 이참에 쓰레기봉투를 들고 따라나서고 건물 앞에서 아빠와 빠이빠이한다.
11시. 엄마는 요즘 목이 아프다. 잠시 누워 쉰다. 그동안 아기는 혼자서 집안 여기저기를 탐색한다.
식탁밑에 들어간다.(엄마는 아기가 거기서 뒤지고 놀만한 살림을 갖다 놓았다.) 부엌 낮은 찬장을 뒤진다.(역시 아기가 뒤지고 놀만한 살림들만 남겨두었다.) 바느질함을 뒤진다.(아기는 색색가지 실을 좋아한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분리불안 때문에 엄마 곁을 떨어지지 않으려 했던 아기가 혼자 놀수 있게 되면서 엄마가 조금 편해졌다.
아기는 놀다가 장식장 밑에 굴러들어간 장난감을 더듬어 꺼내는 신기도 보여준다. 새로운 발달 상황이다.
혼자 놀던 아기가 지루해져서 징징대면 엄마는 미안해진다. 일어나서 아기에게 무얼 하겠느냐고 물어보니 <뽀글뽀글 바다생물>을 끌어당긴다. 아무래도 아빠가 보고싶은가 보다.
12시20분. 책 몇권 읽어 주다가 간식으로 쥬스와 치즈를 먹인다. 배가 고파서 오후 낮잠을 깨지 않도록 뱃속을 든든하게 만들어야 한다.
아기가 오늘의 세번째 응가를 한다.
1시5분. 아기가 졸려한다. 엄마는 아기를 업고 설겆이를 한다.(물소리에 아기가 쉽게 잠든다.)
1시15분. 아기가 잠이 든다. 엄마는 컴퓨터의 유혹을 떨치지 못한다.
1시45분. 젠장! 아기가 깨버렸다. 30분 밖에 자지 못하다니 초난감 사태다!
결정을 해야 한다. 오후 낮잠을 한번더 재울 것인지 밤잠을 일찍 재울 것인지... 엄마는 밤잠을 일찍 재우기로 결심하지만 아기가 그 시간까지 버틸수 있을지 자신할 수 없다. 평소보다 이른 6시 취침을 목표로 시간표를 짠다.
2시5분. 두번째 이유식(단호박매쉬). 수유와 분유.
이제 밤잠을 재울때까지 열심히 놀아줘야 한다. 아기의 신체활동을 독려하기 좋은 장소는 침대가 있는 안방이다. 아기는 아침에 그랬던 것처럼 침대를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면서 신나게 논다. 끙끙대며 스무번 정도 오르내리더니 에어컨을 켰는데도 땀투성이가 되었다.
아기는 계속 아빠아빠를 부른다. 요즘 아빠 연습기간인지 아빠가 보고 싶은건지.
아기는 화장대를 뒤지다가 거울 속의 자기를 발견하곤 너무 좋아한다. 엄마는 짝자꿍을 가르치려고 박수치며 <산토끼>를 불러준다.
한참을 부산스럽게 놀다가 책장 위의 카메라를 잡아당겨 그만 제 머리 위로 떨어뜨렸다. 엄마는 오늘 처음으로 크게 우는 아기를 달래준다.
장난감도 모조리 꺼내보고 책도 한번씩 더 읽은 후에는 더이상 할 것이 없다. 머리를 쥐어뜯던 엄마는 책장에 전시되어 있던 인형 하나를 내려준다. 아빠가 예전에 엄마에게 선물하였으나 먼지만 쓰고 있던 놈이다. 새로운 존재를 발견한 아기가 눈을 빛내며 이리 굴리고 저리 굴리면서 또 한참을 논다. 엄마는 이 순간을 카메라에 담는다. 기저귀를 간다.
3시. 아기가 혼자 잘 놀길래 엄마는 그 틈에 밥을 먹으러 부엌으로 왔지만 아기가 금세 쫓아 나온다. 다시 아기를 안고 냉장고에 보관중이던 짬뽕국물을 꺼낸후 밥을 담아서 전자렌지에 돌린다.
아기가 저도 달라고 징징대는 걸 달래느라 구강티슈를 물려서 마루 구석에 내려 놓는다. 아기는 엄마에게 돌진해 오다가 자이리톨 맛에 멈칫한다. 한참 오물거리던 아기는 또다시 엄마에게 돌진하다가 다시 멈칫한다. 아기가 양치질하면서 주춤거리는 사이 엄마는 순식간에 식사를 끝내고 화장실도 들른다.
4시. 네번째 응가. 버둥대는 아기에게 칫솔이 더이상 먹히지 않는다. 화장실 바닥에 내팽개쳐진 칫솔들. 엄마는 놀라서 찬물을 틀어 버렸다. 아기도 화들짝 놀란다.
이제 피곤해진 아기가 칭얼대기 시작한다. 밤에 재우기 전까지 너무 피곤하지 않도록 활동 수준을 조절할 필요가 있다. 또 책을 읽어준다.
4시 30분. 유모차 산책을 나간다. 밖은 찜통이지만 이게 여름이다. 아기도 세상 구경하고 사람 구경하느라 여념이 없다. 그러나 30분 이상 앉아 있으려 하지 않는다. 엄마는 아이스크림 하나 사물고 집으로 돌아온다.
5시. 집에 돌아온 엄마가 씻는 동안 아기는 물을 마신다.(여름에는 이 시간쯤 반드시 100cc 정도 물을 찾는다.)
5시20분. 마지막 이유식(닭살시금치감자무른밥).
아기가 땀이 나서 아무래도 씻겨야겠다. 요즘 아기가 목욕을 거부하기 때문에 목욕이 아닌 것처럼 속여야 한다. 아기 옷을 벗기고 세면대에 앉혔더니 비누를 만지면서 황홀해 한다. 그틈에 팔다리 씻기고 얼굴도 씻겼다. 아기가 가장 싫어하는 머리감기를 위해 머리에 손을 대자 아기가 반항하기 시작한다. 기왕 시작한 것, 공중에서 버둥대는 아기를 끌어안고 최단 시간에 머리 감기를 끝낸후 데리고 나왔다. 엄마도 홀딱 젖었다.
아프던 목이 참을 수 없이 뻣뻣해졌다. 조금만 더 참으면 하루가 끝난다.
5시40분. 속아서 목욕한 것이 서러워 우는 아기에게 젖을 물린다. 엄마는 아기에게 젖을 물린채 아기 목주름에 벌긋한 땀띠에 약을 바른다. 서러움이 가시지 않았는지, 땀띠가 따가운지, 젖먹는데 성가신 것인지, 아기는 기어이 통곡을 하고야 만다.
우는 아기를 달래고 분유를 마저 먹였다.
배부르게 먹은 아기를 잠시 내려놓고 엄마는 주변을 대충 치운다. 잠자는 분위기로 만들기 위해서이다.
쓰레기를 버리기 위해 뒤꼍으로 나왔는데 왜 갑자기 빨래를 걷어야 겠단 생각이 들었던 걸까. 빨래를 걷다 보니 어느새 바깥으로 기어나온 아기가 쓰레기통에 달려들고 있었다. "어디를 나와!" 엄마는 저도 모르게 고함을 치며 아기를 안에 들여 놓았다. 호기심에 빛나던 아기의 얼굴이 순식간에 찌그러지면서 또 눈물이 뚝뚝 떨어지기 시작했다. 엄마는 우는 아기를 달래면서 사실은 자기 잘못이란 생각을 한다.(그때 아기가 많이 놀랐는지 잠든 후 세번이나 소스라치게 놀라며 깼다. 그중 한번은 영 달래지지 않아서 젖먹여 재워야 했다.) 이 빌라가 지어진 후 한번도 청소를 안한 뒤꼍에서 기어다닌 아기. 다시 목욕 시키기가 번거로와 물티슈로 손발만 닦았다.
6시. 엄마가 본격적으로 아기를 재우기 시작한다. 오늘의 마지막 기저귀를 간다. 아기를 안고 집안을 거닐면서 자장가를 불러주다가 좋아하는 장난감을 쥐어주고 눕힌다. 평소보다 이른 시간이라 아기는 자지 않고 집안 여기저기를 뒤진다. 엄마는 계속 아기를 데려다 옆에 눕히고 재우려 애쓴다.
6시40분. 아기가 잠이 든다. 엄마는 밥을 먹고, 설겆이를 하고, 컴퓨터를 켠다.
아기가 자면서 가끔 훌쩍인다. 서러운 꿈을 꾸나 보다.
(우리는 아기를 일찍 재우는 편이기 때문에 이 정도에서 하루 일과가 끝난다.
그런데 요즘 날이 더워서인지 한밤중까지 유모차를 끌며 서성이는 집들이 상당히 많더군... 하루가 길겠어...)
아침 5시40분. 세식구가 자던 마루에서 아기가 가장 먼저 깨어나 바스락댄다. 옆에서 칼잠을 자던 아빠가 얼른 일어나 아기를 얼른다. "아가, 뽀글뽀글 바다생물 보자!"(요즘 아빠의 단골메뉴다.) 밤새 축축해진 기저귀도 갈아준다.
6시20분. 아빠와 놀던 아기는 배가 너무 고파서 엄마에게 돌진한다. 세상모르고 자던 엄마는 아기가 땡땡 불은 젖을 누르는 바람에 아파서 잠이 깬다. 아빠는 엄마와 교대후 비틀비틀 방으로 자러 들어간다.
엄마는 아기에게 젖을 먹이고, 분유를 먹인다.
다 먹인 후 아기를 마루에 내려놓고 부엌으로 간다. 밥이 없다. 쌀을 푸려는데 그새 쫓아온 아기가 다리에 매달린다. 한손으로 아기를 안고 다른 손으로 쌀을 푸다 쌀알들이 부엌 바닥에 어지러진다. 나중에 시간나면 치우기로 한다. 부엌일 하는 동안 아기를 다시 바닥에 내려놓고 부엌 살림중 하나를 장난감으로 쥐어준다. 빵 한쪽을 구워 간단히 요기를 한다.
7시. 아기가 오늘의 첫 응가를 한다.(응가를 한 뒤에도 아기는 별다른 변화가 없기 때문에 엄마가 냄새로 알아맞춰야 한다.) 화장실로 데려가 물로 씻기는데 조그만 세면대보다 아기 키가 더 크다. 버둥대는 아기에게 장난감으로 아빠 칫솔을 쥐어주고 뒤처리를 한다. 다시 기저귀를 채우려는데 아기는 가만있지 않고 앞으로 돌진한다.
아기를 쫓아다니며 겨우 기저귀를 채운 후 아기와 놀아준다. 장난감 상자를 뒤져보지만 아기는 대부분의 장난감에 흥미를 잃었다. 대신 신나라 마우스를 빤다. 마우스에 싫증을 내고 칭얼대기 시작할때 엄마가 블록을 꺼내준다. 아기는 요즘 블록에 열중하고 있기 때문에 블록통을 이리 굴리고 저리 굴리며 한참을 논다.
8시15분. 아기가 졸린 기색이다. 엄마는 아기를 업고 재우기 시작한다.
8시30분. 아기가 잠이 든다. 엄마는 컴퓨터를 켜고 간밤에 올라온 글들을 읽는다.
9시15분. 아기가 꿈틀댄다. 엄마는 재빨리 아기 옆에 눕는다... 그러나 실패! 아기가 완전히 잠이 깨버렸다. 하는수없다. 오후 낮잠을 길게 재워야 한다. 기저귀를 간다.
아빠가 일어났다. 아기는 아빠에게 열심히 달려(기어)간다. 낑낑대며 침대를 올라가 아빠 옆에 드러 눕는다. 30초쯤 뒤 다시 침대에서 내려 온다. 요즘 침대 오르내리기에 맛을 들였다. 내려와선 엄마 화장대의 물건을 하나씩 꺼내며 논다.
그동안 엄마는 아기 이유식을 준비한다. 요즘엔 죽보다 손이 덜가는 무른밥을 먹이고 있다. 한번 만들때 사나흘 분을 만들고, 그렇게 준비된 세가지 메뉴를 번갈아 먹인다. 한가지 정도 싱싱한 야채를 익힌 야채 육수에, 예전에 다듬어 냉동시켜 두었던 다른 재료들을 조금더 섞은 후 밥을 넣고 5분 정도 더 끓인다. 오늘은 싱싱한 시금치를 사용했고, 쓰고 남은 시금치는 냉동시켜 다음 번에 대비한다.(음... 질산염 때문에 시금치 국물을 안쓰는 사람도 있겠다. 나는 그냥 쓴다.)
9시35분. 아기가 이유식을 먹는다(쇠고기청경채무른밥). 요즘엔 이유식을 먼저 먹이고 나중에 수유한다.
아빠가 씻는 동안 아기는 화장실 앞에 주저앉아 구경한다.(평소엔 아빠가 이시간에 아기 목욕도 시킨다.)
엄마는 엄마아빠의 아침식사를 준비한다. 초간단 식사가 된지 오래다. 밥에다가 밑반찬 몇개와 부침 혹은 햄, 국이나 찌개가 없을 경우도 있다.
10시. 아기가 두번째 응가를 한다. 아빠가 치운다.
아기에게 젖과 분유를 먹인 후
엄마아빠는 식사를 한다. 그동안 아기를 보행기에 태워놓고 사과 한쪽을 쥐어준다. 사과를 너무 좋아하는 아기는 엄마아빠 식사가 끝날때까지 사과를 갉작대고 있다.
아빠가 설겆이를 하는 동안 엄마가 아기와 놀아준다. 기저귀를 간다.
설겆이를 끝낸 아빠가 사무실로 출근하려는데 아기가 따라가겠다고 조른다. 엄마는 이참에 쓰레기봉투를 들고 따라나서고 건물 앞에서 아빠와 빠이빠이한다.
11시. 엄마는 요즘 목이 아프다. 잠시 누워 쉰다. 그동안 아기는 혼자서 집안 여기저기를 탐색한다.
식탁밑에 들어간다.(엄마는 아기가 거기서 뒤지고 놀만한 살림을 갖다 놓았다.) 부엌 낮은 찬장을 뒤진다.(역시 아기가 뒤지고 놀만한 살림들만 남겨두었다.) 바느질함을 뒤진다.(아기는 색색가지 실을 좋아한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분리불안 때문에 엄마 곁을 떨어지지 않으려 했던 아기가 혼자 놀수 있게 되면서 엄마가 조금 편해졌다.
아기는 놀다가 장식장 밑에 굴러들어간 장난감을 더듬어 꺼내는 신기도 보여준다. 새로운 발달 상황이다.
혼자 놀던 아기가 지루해져서 징징대면 엄마는 미안해진다. 일어나서 아기에게 무얼 하겠느냐고 물어보니 <뽀글뽀글 바다생물>을 끌어당긴다. 아무래도 아빠가 보고싶은가 보다.
12시20분. 책 몇권 읽어 주다가 간식으로 쥬스와 치즈를 먹인다. 배가 고파서 오후 낮잠을 깨지 않도록 뱃속을 든든하게 만들어야 한다.
아기가 오늘의 세번째 응가를 한다.
1시5분. 아기가 졸려한다. 엄마는 아기를 업고 설겆이를 한다.(물소리에 아기가 쉽게 잠든다.)
1시15분. 아기가 잠이 든다. 엄마는 컴퓨터의 유혹을 떨치지 못한다.
1시45분. 젠장! 아기가 깨버렸다. 30분 밖에 자지 못하다니 초난감 사태다!
결정을 해야 한다. 오후 낮잠을 한번더 재울 것인지 밤잠을 일찍 재울 것인지... 엄마는 밤잠을 일찍 재우기로 결심하지만 아기가 그 시간까지 버틸수 있을지 자신할 수 없다. 평소보다 이른 6시 취침을 목표로 시간표를 짠다.
2시5분. 두번째 이유식(단호박매쉬). 수유와 분유.
이제 밤잠을 재울때까지 열심히 놀아줘야 한다. 아기의 신체활동을 독려하기 좋은 장소는 침대가 있는 안방이다. 아기는 아침에 그랬던 것처럼 침대를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면서 신나게 논다. 끙끙대며 스무번 정도 오르내리더니 에어컨을 켰는데도 땀투성이가 되었다.
아기는 계속 아빠아빠를 부른다. 요즘 아빠 연습기간인지 아빠가 보고 싶은건지.
아기는 화장대를 뒤지다가 거울 속의 자기를 발견하곤 너무 좋아한다. 엄마는 짝자꿍을 가르치려고 박수치며 <산토끼>를 불러준다.
한참을 부산스럽게 놀다가 책장 위의 카메라를 잡아당겨 그만 제 머리 위로 떨어뜨렸다. 엄마는 오늘 처음으로 크게 우는 아기를 달래준다.
장난감도 모조리 꺼내보고 책도 한번씩 더 읽은 후에는 더이상 할 것이 없다. 머리를 쥐어뜯던 엄마는 책장에 전시되어 있던 인형 하나를 내려준다. 아빠가 예전에 엄마에게 선물하였으나 먼지만 쓰고 있던 놈이다. 새로운 존재를 발견한 아기가 눈을 빛내며 이리 굴리고 저리 굴리면서 또 한참을 논다. 엄마는 이 순간을 카메라에 담는다. 기저귀를 간다.
3시. 아기가 혼자 잘 놀길래 엄마는 그 틈에 밥을 먹으러 부엌으로 왔지만 아기가 금세 쫓아 나온다. 다시 아기를 안고 냉장고에 보관중이던 짬뽕국물을 꺼낸후 밥을 담아서 전자렌지에 돌린다.
아기가 저도 달라고 징징대는 걸 달래느라 구강티슈를 물려서 마루 구석에 내려 놓는다. 아기는 엄마에게 돌진해 오다가 자이리톨 맛에 멈칫한다. 한참 오물거리던 아기는 또다시 엄마에게 돌진하다가 다시 멈칫한다. 아기가 양치질하면서 주춤거리는 사이 엄마는 순식간에 식사를 끝내고 화장실도 들른다.
4시. 네번째 응가. 버둥대는 아기에게 칫솔이 더이상 먹히지 않는다. 화장실 바닥에 내팽개쳐진 칫솔들. 엄마는 놀라서 찬물을 틀어 버렸다. 아기도 화들짝 놀란다.
이제 피곤해진 아기가 칭얼대기 시작한다. 밤에 재우기 전까지 너무 피곤하지 않도록 활동 수준을 조절할 필요가 있다. 또 책을 읽어준다.
4시 30분. 유모차 산책을 나간다. 밖은 찜통이지만 이게 여름이다. 아기도 세상 구경하고 사람 구경하느라 여념이 없다. 그러나 30분 이상 앉아 있으려 하지 않는다. 엄마는 아이스크림 하나 사물고 집으로 돌아온다.
5시. 집에 돌아온 엄마가 씻는 동안 아기는 물을 마신다.(여름에는 이 시간쯤 반드시 100cc 정도 물을 찾는다.)
5시20분. 마지막 이유식(닭살시금치감자무른밥).
아기가 땀이 나서 아무래도 씻겨야겠다. 요즘 아기가 목욕을 거부하기 때문에 목욕이 아닌 것처럼 속여야 한다. 아기 옷을 벗기고 세면대에 앉혔더니 비누를 만지면서 황홀해 한다. 그틈에 팔다리 씻기고 얼굴도 씻겼다. 아기가 가장 싫어하는 머리감기를 위해 머리에 손을 대자 아기가 반항하기 시작한다. 기왕 시작한 것, 공중에서 버둥대는 아기를 끌어안고 최단 시간에 머리 감기를 끝낸후 데리고 나왔다. 엄마도 홀딱 젖었다.
아프던 목이 참을 수 없이 뻣뻣해졌다. 조금만 더 참으면 하루가 끝난다.
5시40분. 속아서 목욕한 것이 서러워 우는 아기에게 젖을 물린다. 엄마는 아기에게 젖을 물린채 아기 목주름에 벌긋한 땀띠에 약을 바른다. 서러움이 가시지 않았는지, 땀띠가 따가운지, 젖먹는데 성가신 것인지, 아기는 기어이 통곡을 하고야 만다.
우는 아기를 달래고 분유를 마저 먹였다.
배부르게 먹은 아기를 잠시 내려놓고 엄마는 주변을 대충 치운다. 잠자는 분위기로 만들기 위해서이다.
쓰레기를 버리기 위해 뒤꼍으로 나왔는데 왜 갑자기 빨래를 걷어야 겠단 생각이 들었던 걸까. 빨래를 걷다 보니 어느새 바깥으로 기어나온 아기가 쓰레기통에 달려들고 있었다. "어디를 나와!" 엄마는 저도 모르게 고함을 치며 아기를 안에 들여 놓았다. 호기심에 빛나던 아기의 얼굴이 순식간에 찌그러지면서 또 눈물이 뚝뚝 떨어지기 시작했다. 엄마는 우는 아기를 달래면서 사실은 자기 잘못이란 생각을 한다.(그때 아기가 많이 놀랐는지 잠든 후 세번이나 소스라치게 놀라며 깼다. 그중 한번은 영 달래지지 않아서 젖먹여 재워야 했다.) 이 빌라가 지어진 후 한번도 청소를 안한 뒤꼍에서 기어다닌 아기. 다시 목욕 시키기가 번거로와 물티슈로 손발만 닦았다.
6시. 엄마가 본격적으로 아기를 재우기 시작한다. 오늘의 마지막 기저귀를 간다. 아기를 안고 집안을 거닐면서 자장가를 불러주다가 좋아하는 장난감을 쥐어주고 눕힌다. 평소보다 이른 시간이라 아기는 자지 않고 집안 여기저기를 뒤진다. 엄마는 계속 아기를 데려다 옆에 눕히고 재우려 애쓴다.
6시40분. 아기가 잠이 든다. 엄마는 밥을 먹고, 설겆이를 하고, 컴퓨터를 켠다.
아기가 자면서 가끔 훌쩍인다. 서러운 꿈을 꾸나 보다.
(우리는 아기를 일찍 재우는 편이기 때문에 이 정도에서 하루 일과가 끝난다.
그런데 요즘 날이 더워서인지 한밤중까지 유모차를 끌며 서성이는 집들이 상당히 많더군... 하루가 길겠어...)
댓글목록
단이랑님의 댓글
단이랑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아, 5시 30분에 깨는 것을 감내하셨군요. 저는 까칠하였는데...!
하여 진경이가 영리한 모양입니다. 이른 시각부터 공부를 하니!!
진경맘님의 댓글
진경맘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4시에 깨던 녀석이... "일찍 재우기" 덕으로 기상시간이 늦어지던 중이었어요.
요샌 7시 전후로 일어나요. 오늘은 5시반에 일어났지만 이정도야 머ㅋ
그나저나 언제나 진경이 영리하다 봐주셔서 감사함다ㅎㅎㅎ
쩡이맘님의 댓글
쩡이맘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진경파님 너무 자상하신것 같아요...왕 부럽네요...저는 5시 이후로 일어나보는게 소원인데..휴~~울 딸내미 일찍 재우기 무진장 일찍 했건만 나아지는게 없네요..ㅜㅜ
제이맘님의 댓글
제이맘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생생육아일기!!! ^^ 진경맘님네는 육아, 집안일 분담이 확실히 이뤄지신 것 같아 부러워요. 그리고 7시전에 잠들다니.. 진경이 최고! 전 상상도 못햇던 일이여요.. 가장 빨리 재웠던 기억이 8시같은데.. ㅠ.ㅠ:
튼튼맘님의 댓글
튼튼맘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어쩌면 이리도 요즘 튼튼양과 똑같은지.....아....진경맘님도 저처럼 새벽기상을 견디셨군요.